코호트 격리 Cohort Isolation

요약=>> 전염병 전파 가능성이 있는 환자와 의료진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는 방역조치. '코호트'는 원래 특정한 행동양식을 공유하는 집단을 의미하는 독일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사회학에서는 특정한 시기에 동일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면서 사회화 과정을 거친 세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의학에서의 '코호트'는 특정 공간에 있는 특정 질병 감염자나 감염증 발생 환자와 의료진을 의미하며, 이들을 외부와 물리적으로 격리하여 전염병의 전파 가능성을 예방하는 조치를 '코호트 격리'라고 한다.


개요
특정 전염병의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환자와 의료진을 폐쇄된 공간에 격리하는 의료적 방역조치. '코호트(cohort)'는 특정 행동양식을 공유하는 집단을 말하는 독일어에서 유래했다. 동일한 시기에 탄생하여 역사적 경험과 세대별 문화 특성을 공유한 세대를 말하는 사회학 개념이기도 하다. 의학에서 '코호트 격리(Cohort Isolation)'란 방역조치의 일종으로, 전염병 전파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과 의료진을 하나의 집단(코호트)으로 묶어 외부와 물리적으로 격리하는 것을 말한다.


유래
코호트 격리는 전염병의 치료법이 없었던 예전부터 질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원시적인 형태로 사용되었다. 즉 전염병 발원지를 물리적으로 폐쇄하여 사람의 이동을 막아 외부로의 전파를 방지하는 방법이었다. 한센병 환자의 격리수용은 기원전부터 기록되어 있어 특정한 질병 감염자에 대한 격리 사례로 흔히 인용되었고, 유럽에서는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면 해당 도시나 지역을 봉쇄하는 것으로 이에 대처했는데, 이는 지역간의 감염병 전파를 방지하기 위한 방역 개념의 출발점이었다.

14세기 유럽에 페스트가 창궐하자 당시 이탈리아의 라구사 항구에서는 페스트 유행 지역에서 출발한 모든 선박의 입항을 한달동안 금지하고 인근 섬에 닻을 내리게 한 후 선원과 승객의 왕래를 봉쇄하여 선상 격리를 시행했다. 이 기간이 점차 여러 감염병에 대응하면서 40일까지 늘었는데, 검역을 뜻하는 영어 ‘quarantine’의 어원은 이탈리아어의 '40일'을 뜻하는 'quaranta giorni'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페스트 발생지역을 봉쇄하는 오랜 역사적 기록들은 작가의 상상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의 노벨상 수상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1947)는 페스트가 발생하여 봉쇄된 알제리 오랑시의 상황을 서사의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방식
병원이나병동에 코호트 격리가 내려지면 환자와 의료진은 바이러스 잠복기가 지날 때까지 해당 병원이나 병동 밖으로 이동이 금지된다. 침이나 콧물 등으로 전파되는 비말감염의 경우 가구나 문 손잡이 등을 통해 병이 전염될 수 있어 물품의 이동 등도 엄격하게 관리된다. 기본적으로는 병원 안에서 병동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동을 금지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지만, 때로 병원 자체의 격리나 지역 단위의 봉쇄를 의미하기도 한다.

대상 감염병
한국에서 격리의 대상이 되는 질병은 법정 감염병 가운데 제1급 감염병과 제2급 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제1급 감염병은 생물테러감염병 또는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 우려가 커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신고하고 음압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을 말하며, 제2급 감염병은 전파가능성을 고려하여 발생 또는 유행시 24시간 이내에 신고하고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을 의미한다.(<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1조)격리의 대상이 되는 이 감염병들의 격리기간은 질병의 잠복기간에 따라 달라지며, 이 중 확산 가능성의 규모, 긴급성과 위험성 유무에 따라 코호트 격리가 적용된다.

제1급 감염병 가운데 에볼라바이러스병·마버그열·라싸열·크리미안콩고출혈열·남아메리카출혈열·리프트밸리열·두창·페스트·탄저·보툴리눔독소증·야토병·신종감염병증후군·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중동호흡기증후군(MERS)·동물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신종인플루엔자·디프테리아, 제2급 감염병 가운데 결핵·홍역·콜레라·장티푸스·파라티푸스·세균성이질·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A형간염·폴리오·수막구균 감염증·성홍열 등이 감염병 관리기관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반코마이신내성 황색포도알균(VRSA)감염증·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감염증은 코호트 격리를 고려하여 격리하도록 되어 있다.

사례
2020년 1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발생하자 중국 정부에서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전역을 봉쇄조치한 것도 일종의 코호트 격리로 간주할 수 있는데, 인구 1,100만의 우한시 봉쇄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코호트 격리로 기록되었다. 이어 중국 저장(浙江)성의 인구 140만의 웨칭(樂淸)시도 2월 4일 봉쇄되었다. 일본에서는 2020년 2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환자가 발생한 크루즈선에 대해 코호트 격리를 시행하여 3,70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잠복기간 동안 선상에서 고립되었다.

한국에서는 2015년 메르스 발병 상황에서 을지대학교병원, 대전 대청병원 등 병원 단위의 코호트 격리를 시행한 바 있다. 2020년 2월 5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에 따라 확진환자가 방문했던 광주병원에 하루동안 일종의 코호트 격리 조치가 시행되기도 했다. 2020년 2월 22일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주요 감염지인 경상북도 청도대남병원의 감염자 103명을 병원 5층 폐쇄병동에 격리하고 코호트 격리를 시행했다. 이들의 진료를 위한 청도대남병원 내과 의료진과 외부에서 파견된 의료진도 병동에 격리되었다. 2월 24일에는 부산 아시아드요양병원도 코호트 격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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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