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무관 강효민
내가 감투 할미를 선택한 이유는
척 부인(자)이 말했다. “우리 아씨가 옷을 잘 만드는 건 모두 내 덕이야. 옷감의 좁고 넓고 길고 짧음이 나 없으면 가려지겠어?” 그 말을 듣고 있던 교두 각시(가위)가 “아니, 형님. 잘 재어 본들 자르지 않고 무슨 소용이 있나요? 내가 나서야 일이 된다고요.”라며 입을 삐쭉이며 말했다. 그러자 세요 각시(바늘)가 따끔히 한마디 거들었다. “아무리 자로 재고 가위로 자른다고 옷이 되나요? 내가 꿰매고 나서야 옷이 되지 않나요?”
가전체의 대표작품인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의 일부분이다. 규방의 부인(아씨)이 옷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자, 가위, 골무, 실, 바늘, 다리미, 인두가 등장인물이 되어 각기 자기가 없다면 옷을 만들 수 없을 거라며 서로의 공을 다투는 내용이다. 과연 어떤 도구가 가장 공이 클까?
학창 시절, 필자는 ‘감투 할미(골무)’가 가장 공이 크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감투 할미는 “나는 바느질 하는 아씨의 손끝이 아프지 않도록 도와드린다오. 또 수없이 세요 각시(바늘)의 귀에 찔려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오.”라며 자신의 희생정신을 강조해 필자를 감동하게 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교복 치마를 수선하기 위해 바느질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골무가 없었다면 수선을 시작하자마자 바늘에 손을 찔려 치마를 패대기(?)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다시 고르라면 필자는 척 부인(자)을 고른다. 옷을 만들기 전에, 자로 옷감의 너비와 길이를 정확히 재야 멋진 맞춤복을 완성할 수 있듯이 사전에 계획하고 그것을 실천해서 성공적인 결과를 이루어 내는 것이 필자의 삶에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필자는 감투 할미의 주장을 들어보았다. 그리고 바느질해 본 경험을 떠올리며 감투 할미의 실제 쓰임새를 확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감투 할미의 주장이 필자에게 와닿지 않자, 이번에는 척 부인에게 그 공을 돌렸다.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유권자는 후보자가 내세우는 공약(公約)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공약은 후보자가 4년 혹은 5년간 나와 가족, 사회구성원에게 국가의 예산 집행·외교 활동·법률 제정 등에 대한 사전 동의를 구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공약을 듣는 데 그치면 안 된다. 후보자가 선거운동 당시 내세웠던 공약을 떠올리며 당선 후에 실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행하지 않는 공약(空約)은 표를 얻기 위한 정치 유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후보자가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또는 당선자가 그 책임과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를 계속 지지할 것인지 결정하여야 한다. 맹목적으로 특정 후보자를 믿고 지지하는 이른바 정치 팬덤(political fandom)은 오늘날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후보자의 공약을 확인하고 실천했는지 평가하는 것을 ‘매니페스토(manifesto)’ 또는 ‘정책선거’라고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실천 가능한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유권자들은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후보자를 선택하며, 후보자는 당선 후 공약으로 제시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을 말한다.
매니페스토의 활성화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후보자의 공약과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비교·평가할 수 있도록 정책·공약알리미(policy.nec.go.kr) 웹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선거방송토론회 주관으로 선거운동 기간 중 후보자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재미있는 규중칠우쟁론기를 읽으며 가장 큰 공이 있는 도구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던 것처럼, 다가오는 양대 선거에서 가장 나를 대표해줄 후보자가 누구일까 생각해보며 한 표를 행사하길 바란다.
예천군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무관 강효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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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일 기자 다른기사보기